호모 사피엔스의 특별한 공감력이란 공감할 수 있는 대상을 점점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내집단 편향을 만드는 깊고 감정적인 공감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향하는 힘을 공감의 ‘구심력’으로, 외집단을 고려하는 넓고 이성적인 공감을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힘을 공감의 ‘원심력’으로 말하고 있다.
공감의 구심력과 원심력은 서로 투쟁하고 있으며 어느 쪽이 강화되느냐에 따라 우리 국가와 문명의 흥망성쇠도 영향을 받는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현재 인류가 맞닥뜨린 분열과 혐오의 위기를 해결하는 정신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공감이 미치는 반경을 넓혀야 한다고, 즉 공감의 구심력보다는 원심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정한 공감이란 무엇인가?
단순한 ‘공감하라’는 세상의 혐오와 분열을 해결할 수 있는 만능 해답이 아니다. 함께 느끼는 정서적 공감은 좁고 깊어 우리끼리만 뭉치게 하고 타인에겐 눈멀게 한다. 우리에겐 다른 공감이 필요하다. 감정을 넘어서는, 경계 없이 확장되어 우리와 다른 존재에게까지 가닿는 진정한 공감이 필요하다.
타인에게로 향하는 공감은 감정에만 기반을 두지 않으며 이성을 발휘해 그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다. 그때 공감의 힘은 중심에서 바깥쪽으로 향하는 원심력의 형태를 띠며 반경을 점점 넓혀 비인간 동물과 기계까지도 포용한다. 요컨대 혐오와 분열을 극복하는 일은 공감의 깊이가 아니라 공감의 반경을 넓히는 작업에 달려 있다.
이 책은 총 3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공감이 만든 혐오’에서는 1장 느낌에서 시작되는 배제와 차별. 2장 부족 본능, 우리 아닌 그들은 인간도 아니야. 3장 코로나19의 대유행, 혐오의 대유행. 4장 알고리듬, “주위에 우리 편밖에 없어”.
2부 ‘느낌을 넘어서는 공감’은 5장 내 혐오는 도덕적으로 정당하다는 믿음. 6장 첫인상은 틀린다. 7장 느낌의 공동체에서 사고의 공동체로. 8장 처벌은 어떻게 공감이 되는가. 9장 마음의 경계는 허물어지고 있다.
3부 ‘공감의 반경을 넓혀라’는 10장 본능은 변한다, 새로운 교육을 상상하라. 11장 누구나 마음껏 비키니를 입는다면. 12장 편협한 한국인의 탄생. 13장 한국인의 독특함이 족쇄가 되다. 14장 타인게로 향하는 기술. 15장 접촉하고 교류하고 더 넓게 다정해지기이다.

글쓴이 장대익은 인간 본성과 기술의 진화를 탐구해온 과학철학자이자 진화학자다. 기계공학도로 출발했으나 진화생물학에 매료되어 서울대학교 과학학과 대학원에서 진화학과 생물철학을 공부했다. 이후 서울대학교 행동생태연구실에서 인간팀을 이끌었고 영국 런던정경대학의 과학철학센터와 다윈세미나에서 진화심리학을 공부했다. 교토대학교 영장류연구소에서 침팬지의 인지와 행동을 공부하기도 했다. 박사 학위는 융합생물학의 정점인 진화발생생물학, 이른바 ‘이보디보Evo-Devo’의 역사와 철학으로 받았다. 《다윈의 식탁》, 《다윈의 서재》, 《다윈의 정원》으로 이어지는 ‘다윈 삼부작’과 《울트라소셜》 등을 썼으며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 등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