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들 중에 한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과학적인 글자라고 이야기하며 큰 자부심을 갖고 있지 않는 사람을 없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글은 그렇게 자랑거리로 여기면서, 한국말은 그저 그런 말로 여긴다는 점이다.
한국말은 그냥 태어나서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고 쓰는 말일 뿐이고, 서양말이나 중국말은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묻따풀 한국말’은 우리가 매일 보고, 듣고, 말하고, SNS로 주고받는 한국말 160여 개를 새롭게 묻고 따져서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다섯가지 판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판은 한국말로 한국사람 깊이 보기’에서는 ‘나는 누구이고 사람은 무엇인가’라는 가장 본질적인 물음으로 시작해서, ‘너, 남, 저, 우리, 저희, 저들, 임(님)’ 등과 같이 대상을 일컫는 말의 뜻, 그리고 ‘노릇, 구실’처럼 사람이 사람으로서 감당해야 할 몫과, ‘묻다, 따지다, 풀다, 깨치다, 익히다, 배우다’처럼 사람이 추구해야 할 일들의 의미를 풀어낸다.
‘둘째 판은 한국말로 사람살이 깊이 보기’에서는 ‘살다, 웃다, 울다, 꿈꾸다, 미치다, 사랑하다, 반갑다, 다투다’와 같이, 한국인이 함께 어울려 살아가면서 느끼고 드러내고 주고받는 희로애락의 말들을 깊이 들여다본다.
‘셋째 판은 한국말로 세상살이 깊이 보기’에서는 ‘시간, 공간, 하늘, 바다, 해, 달, 땅, 물, 불, 바람’과 같은 유형·무형의 환경과, 끊임없이 변하고 흘러가는 세상을 겪다 보면 절로 하게 되는 ‘헤아리다, 궁금하다, 많다, 되다, 바뀌다, 아름답다, 일컫다, 가르다, 가리키다’와 같은 말들을 풀어본다.
‘넷째 판은 한국말로 인문학 하기’에서는 정통(?) 국문학계에서 군소리로 취급받는 ‘것’을 한국인의 인식론과 존재론의 바탕을 이루는 개념어로 새롭게 조명해보고, ‘있다/없다, 밖/안, 겉/속, 참말/거짓말’과 같은 말들에 배어 있는 한국인의 철학을 살펴본다.
‘다섯째 판_서르 ᄉᆞᄆᆞᆺ디 아니ᄒᆞᆯᄊᆡ’에서는 ‘나라/國家’, ‘가운데/中/center’, ‘뫼/山/mountain’ 등, 겉으로는 같은 것을 가리키는 듯해도 속으로는 바탕을 달리하는 한/중/영 낱말들을 비교해서 풀어본다.

저자는 “이 책이 한국말을 새롭게 보고, 한국말의 바탕에 관심을 갖고, 한국말의 뿌리를 찾는 데 불씨가 되기를 바란다. 그리하여, 더 많은 이들에게 이렇게 묻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지은이 최봉영은 50년 가까이 언어, 철학, 역사, 윤리, 미학, 교육, 정치 등을 묻고 따져서 개념을 다듬고 이론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여러 분야의 학자들과 함께하면서 신선한 즐거움을 안겨주기도 했고, 고약한 괴로움을 안겨주기도 했다. 요즘에는 (사)한국인문학연구회를 이끌면서 자아와 욕망, 자본과 기술, 생태와 환경에 관심을 집중하여 인류가 마주하고 있는 문명의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고자 한다.
지은 책으로는 『한국말 말차림법』(2023), 『한국사람에게 ○○은 무엇인가』(2024)를 비롯해 『한국인의 사회적 성격 (Ⅰ)·(Ⅱ)』, 『조선시대 유교문화』, 『한국문화의 성격』, 『주체와 욕망』, 『본과 보기 문화이론』, 『한국사회의 차별과 억압』, 『한국인에게 나는 누구인가』, 『영조와 사도세자 이야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