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단어의 개념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말을 하는 사람이다 듣는 사람이나 똑같은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
강원도 고성군의 슬로건은 전혀 다른 개념의 두 가지 단어 ‘금수강산’과 ‘금강산’으로 해석하게 하는 디자인으로 고성군만의 정체성을 구축하는데 오히려 방해를 하고 있다.
고성군의 슬로건은 ‘금수강산 고성®’이다. 그런데 디자인은 ‘금강산 고성’이 강조되었다. 얼핏 보면 ‘금강산’으로 읽히지 ‘금수강산’으로 읽히지 않는다.
군의 설명에 따르면 “디자인을 통해 금강산을 품고 있는 강원도 고성의 정체성과 최고의 자연환경을 품고 있는 고성을 대내외에 표방하고자 했다”고 한다. 그런데 슬로건은 ‘금수강산’이다.
문제가 심각하다. 슬로건은 ‘금수강산’인데 시민에게는 ‘금강산’으로 읽고 인식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금수강산’과 ‘금강산’은 전혀 다른 개념의 단어다.
금수강산(錦繡江山)은 명사로, “비단(緋緞)에 수를 놓은 듯이 아름다운 산천(山川)」이라는 뜻으로, 아름다운 우리나라 강산(江山)을 이르는 말”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강산을 일컫는 단어다.
금강산(金剛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산이다. 고유명사로 “강원도 북부 태백산맥의 북부에 펼쳐진 산”이다. 일만 이천 봉이라고 일컫는 기봉(奇峰)을 비롯한 기암괴석이 많이 있으며 사계절 경치가 아름다워 봄에는 금강산, 여름에는 봉래산(蓬萊山), 가을에는 풍악산(楓嶽山), 겨울에는 개골산(皆骨山)으로 불리기도 한다. 남북 분단 50여 년 만인 1998년에 금강산 관광이 시작되었다.
고성군 슬로건은 언어적으로, 시각적으로 모두 문제가 있다.
언어적 문제는 ‘금수강산’으로 인식하게 할 것인지, 금강산으로 인식하게 할 것인지 목표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금강산’과 ‘금수강산’으로 읽히고 싶은 것이다.
디자인의 문제는 가독성이다. 슬로건 ‘금수강산’을 ‘금강산’으로 읽히게 디자인을 했다. 특히, ‘금강산’은 검정색으로, ‘수’는 파란바탕의 흰색으로 분리해 ‘금수강산’으로 읽히지 못하게 했다. 이는 게슈탈트 법칙 중 ‘유사성의 법칙’에 의해 검정색으로 된 ‘금강산’이 하나의 단어로 읽히며, 파란색 바탕의 흰색 ‘수’는 별도의 디자인 글자처럼 보인다.
도시브랜드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은 도시가 목표로 하고 있는 연상 이미지 또는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도시가 소비자에게 어떤 모습으로 인식되게 할 것인가에 대한 분명한 목표의 설정을 바탕으로 슬로건과 디자인이 개발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