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역전’은 세계적인 거시금융정책 석학 찰스 굿하트가 마노즈 프라단과 함께 미래의 세계 경제를 전망한 책이다. 저자들은 향후 30년 이내에 인구구조의 변화와 역세계화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임을 경고하며, 고령화, 치매, 불평등, 포퓰리즘, 부채와 세금 등의 거시경제적 요인들을 통해 주장을 뒷받침한다.
이 책은 전체 14장과 ‘후기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불완전한 미래다’ 후기는 책 집필이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 했기 때문이다.
1장 서문. 2장 중국, 역사적 동원이 끝나다. 3장 인구변동의 대역전과 성장에 드리운 그림자. 4장 의존과 치매, 다가오는 간병의 위기. 5장 인플레이션의 부활. 6장 대역전 시기의 금리 결정. 7장 불평등과 포퓰리즘의 부상. 8장 필립스 곡선. 9장 일본에서는 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았나. 10장 무엇이 세계적 고령화를 상쇄하는가. 11장 우리는 부채 함정을 피할 수 있을까. 12장 주식을 통한 자금조달; 13장 향후의 정책적 문제. 14장 주류를 거스르기. 후기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불완전한 미래다.

향후 30년 안에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고 보는 핵심적인 유인 두 가지는 바로 ‘인구구조의 변화’와 ‘세계화의 둔화’다. 지난 40년간 세계 경제가 순항할 수 있었던 배후에는 노동 인구의 급증이 있었다.
세계 경제의 생산성의 상당 부분을 끌어가는 선진국가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예견된 수순이고, 새로 유입되는 중국의 노동자 수도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덮치면서 각국은 국경을 걸어 잠갔다. 결과적으로 세계화는 이러한 역풍을 맞아 둔화되고, 가용한 노동 인구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노동자들은 소비하는 것보다 더 생산하는 반면(디플레이션적), 피부양자들은 생산하지 않고 소비한다(인플레이션적). 준비되지 못한 노년층은 정부의 지원과 연금에 의존하고, 길어진 수명만큼 충분히 저축하지 못할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 피부양자가 디플레이션적인 노동자를 넘어서게 되면, 인플레이션은 필연적이다.
각국 정부는 여전히 인구의 대역전을 대비한 어떤 준비도 하지 못했다
2020년에 이어 지금까지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악화되자 너도나도 각자도생을 꾀했다. 한국은 초저금리 기조에서 부동산이 폭등하자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이 급증하였고, 또한 개인투자자들의 유례없는 주식투자 붐이 일면서 ‘빚투, 영끌’을 외치며 지난해 한국의 가계 빚은 사상 처음 1,700조를 돌파했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치자 각국 정부는 유례없는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IMF에 따르면 전 세계는 코로나 대응으로 14조 달러에 가까운 정부 재정을 시장에 풀었다. 이에 전 세계 평균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비율이 98%에 가깝게 치솟았다. 지난 40년간의 물가 안정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덕분인 것처럼 설명되었다. 그러나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단기적인 관점에서 인구변동의 추세를 예측하지 못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인구의 대역전을 앞두고도 효과적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 하고 있다.
인구변동을 상쇄시킬 것으로 기대되는 요인들은 큰 구멍을 메우기에 충분하지 못하다
세계가 앞으로 경험할 대대적인 인구변동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고, 줄어드는 노동 인구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상당 부분 대체 가능한 정도라고 전망하는 관점도 있다. 그들에 따르면 ‘자동화와 인공지능, 장노년층의 노동참여율 상승, 인도와 아프리카의 인구 증가’가 급격한 인구변동을 상쇄할 수 있다. 이는 모두 사실이다. 그러나 핵심은 ‘그 변화의 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운송수단이라 불리는 자동화는 대체보다는 보완의 역할에 가깝다. 앞으로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은 ‘노년층 의료와 간병’이다. 간병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은 감성지수(EQ)로, 정서적인 탄력과 직관, 공감은 로봇이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미국의과대학협회는 2032년에 이르면 12만 명에 가까운 의사가 부족할 것이라 전망했는데, 이는 자동화가 여전히 의료 분야에서는 충분히 대체되기 어려움을 시사한다. 이에 자동화가 가능한 부문에서 최대한 대체하고, 그만큼의 노동자가 간병에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들의 설명이다.
미래는 과거와 완전히 다를 것이다
1980년대 이후로 지속된 저물가, 고부채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수십 년 전에 중국이 WTO에 가입하여 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꿀 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듯, 앞으로의 세계 경제가 어떻게 진행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대역전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코로나19라는 엄청난 변수가 세계 경제 깊숙이 유입되었고, 엄청난 현금이 시장에 유통되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적인 역할을 했던 중국의 위대한 기여는 정점을 찍고, 2018~2019년 무역전쟁과 그림자 금융 규제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저자 찰스 굿하트(Charles Goodhart)는 ‘경제 지표를 정책 목표로 삼고 규제하기 시작하는 순간 그 지표의 통계적 규칙성은 사라진다’는 ‘굿하트의 법칙’을 주창한 세계적인 경제학자이다. 오랜 기간 영국 재무부와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국은행의 경제자문역을 역임하였고, 1985년부터 2002년까지 런던정경대학의 석좌 교수로 일했다. 1990년에는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1997년에는 영국은행 통화정책위원회의 위원으로 임명되어 3년간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는 모건스탠리 거시경제 컨설턴트로 일했으며, 모건스탠리에서 만난 마노즈 프라단과 함께 이 책의 주제에 대해 오래 연구하였다. 1983년에는 홍콩 금융위기 극복 방안과 함께 홍콩 달러와 미국 달러의 가치를 연동하는 페크 제도를 조언하였고, 이후 1997년까지 홍콩외환기금 자문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1963년에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마노즈 프라단(Manoj Pradhan)는 2005년부터 모건스탠리에서 글로벌 이코노믹스 팀을 이끌었고, 2016년에는 거시경제를 연구하는 ‘토킹 헤즈 매크로(Talking Heads Macro)’를 설립했다. 런던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후 조지워싱턴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이 백우진은 번역자 겸 저술가, 글쓰기 강사다. [주식시장은 어떻게 반복되는가], [맥스 테그마크의 라이프 3.0] 등을 번역했다. 저서로 [슈퍼개미가 되기 위한 38가지 제언], [안티 이코노믹스] 등이 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포브스코리아], [이코노미스트] 등에서 경제 기자로 일했고, 재정경제부 공무원, 한화투자증권 편집위원으로도 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