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시가 새로운 캐릭터를 발표했다.
4월 23일부터 7월 10일까지 전국민 공모전을 진행 했다. 이후 작년 9월부터 한 달간 캐릭터 후보군을 시 홈페이지에 게시해 시민 선호도 조사를 거쳐 가장 많은 득표를 한 캐릭터를 다듬어 ‘꽁드리’를 최종 완성했다.
자료에 따르면 치악산 꿩 설화의 주인공인 ‘꽁드리’는 “자신을 구해준 나그네에게 은혜를 갚기 위해 상원사 종에 머리를 ‘꽁’하고 들이받은 후 오히려 비상한 두뇌를 가지게 돼 꿩 신분 최초로 원주의 관직에 오른 캐릭터다”라고 한다. 그래서 캐릭터에 혹이 있고, 이름은 ‘꽁드리’다.
하지만 캐릭터가 지나치게 추상적인 형태로 디자인돼 원주시만이 가지고 있는 브랜드 자산 ‘꿩’과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많다.
원주시는 지금까지 3번의 캐릭터 디자인을 했다. 첫 번째는 1997년, 두 번째는 2003년으로 꿩의 모습을 유지해 원주시와 꿩의 관련성을 부각 시켰다. 하지만 이번 세 번째 캐릭터 디자인은 지나치게 추상적인 형태로 표현해 원주시와 ‘꿩’의 관련성이 단절되었다.
지방정부에서 캐릭터를 개발할 때는 대부분 지역을 상징하는 동물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캐릭터가 추상형태 보다는 구상형태에 가깝다. 추상형태에 가까워도 어떤 동물인지 쉽게 짐작이 간다.
원주시 캐릭터도 ‘꿩’이라는 구체적인 동물을 기반으로 했다. 하지만 발표한 캐릭터 어디에서도 꿩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이름에서 ‘꿩’을 연상하는 것도 설명을 들어야 알 수 있다.
브랜드와 캐릭터는 전략이다. 그냥 귀엽고 예쁘면 되는 게 아니다. 전략에 맞게 목표이미지에 맞게 개발 되어야 한다. 캐릭터와 브랜드는 독립적이기 보다는 상호보완적인 작용을 한다. 즉, 캐릭터가 원주시라는 도시 브랜드를 보완하면서 이미지를 강화해 주는 역할을 한다.
원주시의 가장 큰 브랜드 스토리 자산은 ‘상원사’와 ‘꿩’이다. 다른 지방정부에서는 가지고 있지 않은 독보적인 자산이다. 그런데 새로운 캐릭터는 원주만이 가지고 있는 독보적인 자산과 관련성이 너무 멀다. 한참 설명을 들어야 알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가 된 ‘펭수’는 어딜 봐도 ‘펭귄’이다. 일본의 쿠마모토현을 대표하는 캐릭터 ‘쿠마몬’은 ‘곰’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반면 원주시 캐릭터는 어떤 동물인지 쉽게 떠올려 지지 않는다.
적용성에 대한 문제도 있다. 캐릭터는 모든 곳에서 컬러로 사용할 수 없다. 때로는 단색과 흑백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중요한 것이 형태다. 형태가 정확하면 어떤 동물인가를 알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도대체 원지 알 수가 없다.
다음은 홍보 효율성 문제다. 쉽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어렵게 만들어 더 많이 알리고, 설명을 해서 이해 시켜야 한다면 그것 또한 불필요한 추가 비용이 소요되는 것이다.
캐릭터도 브랜드 자산이다. 브랜드는 오랜 시간 소비자에게 인식 되었을 때 그 가치가 높아지고 파워가 강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간이 필요하다. 시도 때도 없이 자주 바꾸는 캐릭터, 만들어 놓고 사용하지 않는 캐릭터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
‘펭수’를, ‘쿠마몬’을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꾼다면 지금까지의 ‘펭수’, ‘쿠마몬’이 쌓아온 브랜드 가치는 ‘0’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