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참사가 발생했다. 소비자보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방식이 만들어낸 결과다. 주역은 서울시 산하기관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다. SNS를 통해서 여론이 악화되자 부랴부랴 사과하고 ‘기생층’을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는 1일 다세대•다가구 반지하 개선사업 이름으로 사용하려던 '기생층'(기회가 생기는 층)으로 빚어진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SH공사 관계자는 "주택의 반지하 공간을 이용해 청년층에게 창업 등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기회가 생기는 공간복지공간'을 의미하고자 영화 '기생충'을 차용했다"며 "하지만 저희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민들의 오해를 사게 돼 죄송하다"고 말했다.
SH공사는 앞으로 기생층 단어를 빼고 본래 사업 이름인 다세대•다가구 주택 반지하 공간복지•공간개선사업 등으로 부를 예정이다. 회사 관계자는 "시민들께 불쾌감을 줄 수 있다는 생각까진 미치지 못해 저희의 사려심 부족을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공간복지사업과 관련해 ‘기생층’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네임만큼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브랜드 네임을 너무 쉽게 누구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 것도 현실이다.
브랜드 네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연상 이미지다. 아무리 의도가 좋더라도 듣는 소비자가 의도와는 전혀 다른 나쁜 뜻을 연상한다면 그 아이디어 죽은 아이디어다. 그렇기 때문에 사용 전에 반드시 소비자 연상이미지 조사를 하는 것이 좋다.
하지마 논란이 된 ‘기생층’은 듣는 순간 굳이 소비자 조사까지 필요하지 않는 단어다. 100% ‘기생충’이 연상되지 않는 다고 가정을 해도 좋은 의미가 떠오를 수 없다.
국어사전에 ‘기생층’은 명사로 “스스로 자립적으로 생활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을 의지하여 생활하는 무리”라고 되어있다. SH공사에서 이야기 하는 ‘기회가 생기는 공간복지공간’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
특히 관계자 발언 중 "하지만 저희의 의도와 무관하게 시민들의 오해를 사게 돼 죄송하다"는 말은, 우리는 좋게 생각하는데 소비자가 오해한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변명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국어사전에 명확하게 나쁜 뜻이 있는 ‘기생층’이란 단어를 사용해 놓고 어떻게 시민들이 오해를 했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그 동안 서울시와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만든 브랜드 네임은 좋게 말해 ‘언어유희” 나쁘게 말하면말장난 형태의 브랜드가 꽤 있었다. “I∙SEOUL∙U”, “청신호”, “해밀리지”, “SHift” 등이 대표적이다. 친숙함을 이용해 빠른 시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반영된 네임이다.
SH공사에서 추진하고 있는 ‘공간복지’는 다가구•다세대 주택 반지하 공간에 거주하는 세대를 지상층으로 옮기고, 빈 반지하 공간을 창업교실이나 주민SOC 등 다양한 공간복지시설로 전환하는 것이다. 반지하는 습도가 높아 누수•결로•곰팡이 등이 쉽게 발생할 수 있어 더 나은 환경에서 거주민을 살게 하겠다는 사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