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유산은 도시의 과거가 아니라, 가장 오래된 미래
서울의 중심부, 종묘(宗廟)를 둘러싼 재개발 논란이 다시 뜨겁다. 국가유산청과 서울시의 정책 충돌, 유네스코의 권고 무시, 그리고 ‘세계유산 지정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단순한 도시계획 문제가 아닌 국가 브랜드와 도시 브랜드 가치와 직결된 경제적 이슈로 번지고 있다.
정책은 의사결정권자 개인의 사사로운 욕망과 치적을 위해 결정되면 안된다. 정책은 그 정책으로 인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인 국민과 해외 관광객의 관점에서 판단되고 결정되어야 한다.
세계유산 경관 훼손이 불러올 브랜드 리스크
종묘는 조선 왕조의 혼과 정신을 담은 공간이자, 199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한국의 대표적 역사유산이다. 등재 당시 ‘주변에 고층 건축물이 없으며, 원형 경관이 보존되어 있다’는 점이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세운4구역에 최고 142m 규모의 초고층 빌딩 건립 계획이 추진되면서, 종묘의 역사적 경관과 가시권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의 핵심 가치는 ‘보존된 시간의 미학’ 인데, 그 주변에 인공적 초고층 스카이라인이 들어서는 순간 ‘역사적 진정성(authenticity)’이 붕괴된다.
이는 단순한 미관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브랜드의 품격과 국가 이미지의 손실로 이어진다. 영국 리버풀과 독일 드레스덴은 경관 훼손으로 유네스코 지정이 해제되며 관광객과 투자 유치에 막대한 손실을 입은 바 있다.
문화유산이 창출하는 ‘보이지 않는 경제 가치’
종묘는 매년 약 100만 명의 내·외국인 방문객이 찾는 관광지로, 서울 도심 관광 수익의 약 8~10%를 창출하는 핵심 문화자산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세계유산 한 곳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연간 파급효과는 평균 1500억 원 이상에 달한다.
또한 ‘세계유산 보유국’이라는 타이틀은 국가 신뢰도, 국제투자 매력도, 교육·문화 교류 활성화 등 다양한 브랜드노믹스® 가치를 창출한다.
즉, 종묘는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서울이 세계 도시로서 유지해야 할 상징 자산이자 ‘무형의 경제 인프라”인 셈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에 따르면 “유네스코 세계유산 정책의 브랜드노믹스® 경제적 가치 창출 효과는 연간 약 3000억 원 정도이며, 영국 유네스코 국가위원회 에서는 세계유산 도시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가치 연간 약 2700억 원 정도”라고 밝혔다.
법과 제도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문화재 보호 원칙’
서울시는 해당 구역이 종묘 담장에서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직접적 규제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가유산청은 보존구역 외부라도 유산의 경관·가시권·정신성에 영향을 미친다면 개발을 재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대법원이 서울시의 규제 완화 조례 개정을 ‘적법’하다고 판결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되었다. 이는 향후 다른 문화유산 주변에서도 유사한 개발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을 열어두는 정책 선례의 위험을 내포한다.
유네스코 권고 무시, 국제사회 신뢰 하락 우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이미 서울시에 ‘유산영향평가(Heritage Impact Assessment, HIA)’를 선행할 것을 공식 권고했다. 그러나 서울시가 이를 이행하지 않은 채 재개발 절차를 지속하면서, 국제사회는 한국의 문화유산 관리 시스템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종묘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향후 한국이 추진하는 새로운 세계유산 등재 정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적 리스크로 이어진다.
브랜드노믹스® 관점에서 본 ‘도시의 본질’
브랜드타임즈®의 브랜드노믹스® 분석에 따르면, 도시의 장기적 경쟁력은 물리적 확장보다 상징적 자산의 보존에서 비롯된다.
종묘는 ‘서울’이라는 브랜드가 세계 속에서 신뢰받는 이유 중 하나이며, 이는 수조 원 규모의 관광 산업, 국제 이미지, 투자 신뢰도로 환산될 수 있는 경제적 자본이다.
단기적 개발 이익은 일시적 수익에 불과하지만, 문화유산 보존은 지속 가능한 브랜드 가치를 창출한다. 도시의 진정한 부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기억과 맥락의 경제’ 위에 세워진다.
결론: 종묘의 경관을 지키는 일, 곧 서울의 미래를 지키는 일
종묘는 단순한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세계에 보여줄 수 있는 ‘시간의 철학’”이며, 서울의 도시 브랜드를 구성하는 핵심 자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발과 보존의 대립이 아니라, ‘문화유산의 경제적 가치’를 중심에 둔 도시 정책의 전환이다.
종묘를 지키는 일은 곧 서울의 브랜드를 지키는 일이며, 그 브랜드가 세계 속에서 서울의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만들어낼 것이다.
참고로 “영국 유네스코 유산 전체의 가치에 대한 2020년 영국 유네스코 국가위원회(UK National Commission for UNESCO)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내 76개 유네스코 지정 구역(세계유산, 생물권 보전 지역, 지질 공원, 창의 도시 네트워크 등 포함) 전체가 1년 동안(2019년 기준) 창출한 재정적 이익은 총 1억 5100만 파운드(당시 환율 기준 약 2200억~2300억 원, 현재 환율 기준 약 2600억 원)로 추산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