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똑똑한 사람들이 모여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가?”
“군중심리는”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민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하는 책이다.
“당선될 수만 있다면 과장된 공약을 남발해도 괜찮다. 유권자는 공약에 박수를 보낼 뿐 얼마나 지켰는지 알려고 하지는 않는다.” “흑색선전으로 상대에게 타격을 주되 증거를 찾아 제시할 필요는 없다.” “때로는 여론이 협박으로 돌변해 정치인의 행동 노선까지 바꾼다.” 오늘날의 정치 행태를 꼬집은 것 같지만 사실은 19세기 말에 귀스타브 르 봉이 쓴 책, “군중심리”에 담긴 내용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팬덤 정치, 온라인 여론 형성 과정, 심지어 종교와 정치의 광기 등 최근의 여러 현상에 관해 명확한 관찰과 분석을 가능”하게 한다.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하면서 “군중심리”의 가치가 재조명되고 있다.
“대중에 관한 모든 연구는 이 책으로 시작해야 한다.” 프린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명예교수인 앤슨 라빈바흐의 말이다.
정신분석학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비롯해 성격심리학의 대가이자 하버드 대학교 교수였던 고든 올포트는 “군중심리”를 “사회심리학 영역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책”이라고 극찬했다. 심리학과 사회학을 뛰어넘어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끼쳤다.
홍보를 산업으로 정립한 “현대 PR의 아버지” 에드워드 베네이스를 비롯해서 세계적인 지도자 샤를 드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유럽의 버핏”이라 불리는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 등 수많은 리더가 르 봉의 이론을 응용해 큰 성과를 거두었으며, 이 책을 필독서로 꼽았다.
책 한 권이 이토록 여러 분야의 발전에 한몫한 것은 무척 드문 일이다. 무엇보다 130여 년 전에 쓴 책이 오늘날의 사회현상을 분석하는 데 여전히 유용한 관점을 제시하며, 사례로 든 인간 군상의 모습이 지금 세태와 다르지 않다는 점은 무척 놀랍다. 어떤 실험도 없이 관찰만으로 군중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한 저자의 통찰과 한 세기 앞을 내다본 혜안에 감탄할 뿐이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군중의 정신 구조”, 2부는 “군중의 의견과 신념”, 3부는 “군중의 분류와 다양한 종류”다.
정치, 사회, 교육, 종교, 광고와 마케팅까지 군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모든 리더의 필독서
“예비군 효과”라는 말이 있다. 멀쩡한 사람이 예비군복만 입으면 껄렁대면서 일탈하는 모습을 빗댄 표현이다. 악플러들을 붙잡아 조사했더니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축구장에서 난동을 부리던 훌리건의 상당수는 소심한 자들이었으며, 개인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성품과 학식을 갖춘 사람들이 소속 집단의 편향된 여론에 휩쓸려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등 이와 비슷한 사례는 많다.
군중은 우연히 모인 사람 무리가 아니라 집단정신이 형성된 단일체로, 군중에 속한 개인은 ‘군중의 정신을 단일화하는’ 심리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 개인의 신념을 지키기보다는 외부 상황이나 주변의 분위기에 휘둘리는 것이다. 그렇게 익명성을 띤 군중은 자제력을 잃고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그래서 집단 이익을 꾀한다는 이유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목숨까지 내던진다.
군중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이성이 아니라 감정이다. 따라서 논리로 그들을 설득하려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을 자극할 만한 감정을 파악하고, 그들에게 암시된 이미지를 환기하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군중을 이끌 수 있다. 무엇보다 개성을 잃어버린 군중 속 개인은 강력한 의지를 가진 사람을 본능적으로 추종한다. 그래서 군중은 지극히 반항적이면서도 한편으로 더없이 순종적이다. 만약 지도자가 확언, 반복, 전염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군중의 마음을 쉽게 얻을 수 있다.
저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 1841-1931)는 1841년 5월 7일 프랑스 노장르로트루에서 지방 관료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를 따라 투르에 정착하고 그곳에서 학교에 다녔다는 사실 외에는 어린 시절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 1860년부터 파리 대학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1866년에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시절부터 다양한 의학 주제를 다룬 글과 논문을 썼고, 졸업 후에는 파리에 남아 영어와 독일어를 독학했다. 1870년 보불전쟁이 발발하자 군의관으로 참전했으며, 이때 인간의 행동에 대한 성찰을 글로 남겼다. 1871년에 파리 코뮌을 목격한 뒤 세계관에 큰 변화를 겪은 그는 이후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지역을 여행하면서 인류학과 고고학에 관한 책을 저술했다.
1890년대에 들어서면서 그의 관심은 사회심리학으로 옮겨갔다. 1894년에는 집단의 특성을 바탕으로 민족의 발달 과정을 분석한 『민족 진화의 심리학적 법칙』을 발표했고, 1895년에는 대표작 『군중심리』를 출간했다. 순전히 관찰만으로 군중의 심리와 행동의 원인을 정확하게 분석한 이 책은 출간 1년 만에 19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사회심리학 분야의 선구자 역할을 한 저술로 평가받고 있다.
이후 자연과학 연구도 활달하게 진행해서 노벨 물리학상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롯이 심리학 연구에 전념하다가 1931년 12월 13일 마른라코케트의 자택에서 세상을 떠났다. 한 신문 기자는 그의 부고를 알리며 이렇게 추모했다. “그의 죽음으로 과학과 철학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옮긴이 강주헌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프랑스어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고 프랑스 브장송 대학에서 수학했다. 번역의 탁월성을 인정받아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으며, 현재 영어와 프랑스어 전문번역가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습관의 힘』, 『문명의 붕괴』, 『12가지 인생의 법칙』, 『슬럼독 밀리어네어』,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산책』, 『촘스키처럼 생각하는 법』 등 100여 권이 있으며, 지은 책으로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강주헌의 영어번역 테크닉』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