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시는 천혜의 자연조건과 풍부한 자원을 가진 도시이다.
오랜만에 동해시를 방문하여, 이틀 동안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논골담길(벽화마을), 묵호등대,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와 해랑 전망대는 동선 설계가 잘 되었다. 도째비골 스카이밸리에서는 어찔 거리며 스카이 사이클을 탔다. 공포를 느낄 틈도 없이 미끄러져 내려오는 급경사의 슬라이드도 탔다. 스릴 넘치는 체험이었다.
두타산 삼화사의 무릉계곡에서는 마치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세상에! 바다를 보고 살아가는 도시에서 이런 산소 가득한 산들이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연필로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는 연필뮤지엄은 인문의 창으로 도시를 인도하고 있었다. 북평민속오일장의 풍요로움은 눈 호강만으로도 부족함이 없다. 나는 볽은 땅콩, 인근에서 나는 토마토, 그리고 건어물 몇 포를 샀다.
동해 묵호항의 도시 구조는 다채로운 나폴리의 해안 도심을 떠올리게 했다. 등대 아래로 찬란한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해안 도로를 따라가면 망상해수욕장으로 이어진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해안, 바람의 언덕과 그 위의 카페들, 풍부한 먹거리와 문어에 얽힌 이야기까지 동해시는 생동하고 있었다.
논골담길은 달동네에 살던 사람들의 서사가 겹쳐 바다가 바램으로 드러나는 골목이었다. 그 시절의 가난은 풍랑치는 바다에 맞서서 생을 이어가게 하는 튼튼한 혈관이었다. 그 핏줄이 어로가 되었고 해안길이 되었으며, 이 도시와 세상을 이어주는 철로가 되었다.
시내 중심부에 동굴이 있다는 것이 특이했다. 동해시 천곡황금박쥐동굴이다. 그러나 동굴 안의 조명, 지하 공간에서도 우렁찬 해설사의 설명은 스피커를 달아 수만 년 녹아내린 종유석 천정을 울렸다. 박쥐는 이렇게 소란한 환경에서 종을 이어가기 어려울 것이다. 황금박쥐가 산다는 동굴 관광은 생태적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여행지에서는 떠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흥분을 한다. 그래서 여행의 평가는 집으로 돌아와 피로가 풀리는 시점에서 떠오르는 이미지와 느낌들로 정리된다. 동해시는 풍부한 자원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것들이 있었다. 개성이 뚜렷하지 않은 기사식당의 백반처럼 기억에 남는 딱 한 가지를 떠올리기 어려웠다.
동해시의 미래는 바다에 있지만, 문제는 도심에 있었다. 조잡한 건물과 상상력 없는 시설, 객실만 있는 레지던스 호텔과 조잡한 오브제들은 항구도시의 낭만을 무너뜨린다. 관광지의 매력은 높지만 도심은 볼품이 없었다. 거주와 활동의 중심지에는 패션샵, 카페, 책방, 재즈 바, 괜찮은 건물들이 필요하다. 그곳은 관광이 아닌 여행, 라이프스타일이 들어가는 공간이다.
묵호항, 무릉계곡, 천곡의 동굴, 채석장의 산업유산등 독보적인 자산들은 각자도생하고 있었다. 이것들을 하나의 언어와 이미지로 통합하는 개념력이 필요하다. 동해시가 강릉과 삼척 같은 인근 도시 뿐이 아니라 목포와 여수등의 항구도시와 차별화되고 번영하려면 이 자원들을 연결해서, 하나의 맥락으로 통합해야 한다. 일본 규슈의 모지항은 과거 무역항과 산업유산을 ‘모지코 레트로’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묶어 성공적으로 관광지로 재생한 사례다. 동해시도 도시 디자인의 기준을 세우고 통일된 톤과 매너로 구성해야 한다. 도시의 미학은 도시 매력도를 높여 경쟁력을 만드는 핵심이며, 브랜딩은 그 미학을 하나의 언어와 이미지로 통합하는 작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