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우의 브랜딩 에세이] 7…자극을 버리고 치유를 입다, 2027 글로벌 컬러 트렌드가 묻는 '브랜드의 영혼'

2026-11-08     강민우 크리에이터

새로운 한 해를 앞둔 매년 하반기, 글로벌 디자인 씬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올해의 컬러 발표다. 컬러는 시대의 심리를 읽어내는 가장 직관적인 지표이자, 이듬해 산업 전반의 비주얼 방향성을 결정짓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2027년을 주도할 컬러로 글로벌 페인트 브랜드와 트렌드 예측 기업들이 내놓은 해답은 매우 일관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그것은 화려한 네온이나 쨍한 디지털 자극이 아닌, 치유와 안정감, 그리고 연결이다.

■ 불확실성의 시대, 브랜드에게 위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

글로벌 색채 및 트렌드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세 곳의 발표를 살펴보면, 현재 대중이 겪고 있는 피로감과 그들이 갈망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 베어(Behr)의 그라운디드(Grounded): 땅에 발을 딛는 안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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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인 건축용 마감재 기업 베어는 흙빛이 가미된 올리브 컬러인 '그라운디드'를 2027년 올해의 컬러로 선정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차가운 인공미 대신, 자연의 겹겹이 쌓인 치유의 본질을 담은 색상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통제 불가능한 외부 환경에서 벗어나,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고 진정성 있는 공간을 추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 듀럭스(Dulux)의 소울풀 세이지(Soulful Sage): 정보 과부하를 씻어내는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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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페인트 브랜드 듀럭스 역시 차분한 그린 톤의 '소울풀 세이지'를 꼽았다. 듀럭스의 연구에 따르면 2027년은 넘쳐나는 정보와 쉴 새 없이 변하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중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는 시기다. 사람들은 무거운 현실에서 벗어나 정신적 안정을 찾길 갈망하며, 브랜드가 뿜어내는 시각적 메시지에서도 바이오필릭(Biophilic, 자연 친화적)한 휴식을 원하고 있다.

- WGSN & 컬러로(Coloro)의 루미너스 블루(Luminous Blue): 과거와 미래의 초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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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권위의 트렌드 예측 기업 WGSN은 선명하면서도 신비로운 '루미너스 블루'를 제안했다. 이 색은 과거 수 세기 동안 쓰였던 전통 안료(라피스 라줄리)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현대 기술의 핵심인 리튬이온 배터리의 성분과도 연결된다. 즉, 단절된 세대와 기술 사이에서 과거의 철학(헤리티지)과 미래의 혁신을 잇는 상호 연결성의 가치를 품고 있다.

■ 색은 껍데기가 아닌, 브랜드 영혼의 시각적 발현이다

이러한 2027년 글로벌 컬러 트렌드가 초기 기업과 마케터들에게 던지는 시사점은 서늘할 만큼 뚜렷하다.

고객은 더 이상 시야를 찌르는 강렬한 색상과 억지스러운 자극에 지갑을 열지 않는다. 광고판에서 가장 눈에 띄기 위해 채도를 높이고 형광색을 칠하던 시선 강탈의 시대는 끝났다. 쉴 새 없는 디지털 팝업과 노이즈 마케팅에 지친 고객들은 이제 자신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진정성을 전달해 주는 브랜드를 찾아 기꺼이 골수 팬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글로벌 트렌드가 차분한 녹색과 따뜻한 흙빛이라고 해서, 당장 내일 우리 브랜드의 로고와 패키지를 올리브 그린으로 바꾼다고 맹목적인 팬덤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쉐어멜론 김용재 대표는 "컬러는 매년 유행에 따라 갈아입는 외투가 아니라, 브랜드 내면에 자리 잡은 철학을 밖으로 드러내는 목소리"라며, "껍데기만 2027년의 트렌드 컬러로 덧칠한다고 해서 고객이 위로를 얻는 것은 아닙니다. 브랜드를 관통하는 고유한 영혼(Soul)과 진정성이 먼저 정립될 때, 비로소 컬러도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라고 강조한다.

브랜딩은 겉포장을 트렌드에 맞춰 갈아 끼우는 작업이 아니다. 우리 브랜드가 세상에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를 정의하고, 그 따뜻한 인격을 시각 언어로 일관되게 번역해 내는 과정이다. 다가오는 2027년, 당신의 브랜드는 대중의 피로를 더하는 자극제인가, 아니면 지친 삶에 안정과 위로를 건네는 안식처인가. 그 대답에 비즈니스의 생존이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