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노믹스®…허쉬®(HERSHEY®), 초콜릿을 넘어 지역경제의 핵심
- 77%의 의결권보다 강했던 브랜드 ‘허쉬®’ - 125억 달러 인수 제안도 넘지 못한 지역공동체의 힘…브랜드는 기업을 넘어 지역의 자산이 된다
2002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허쉬(Hershey®)에서 초콜릿 기업 매각을 둘러싼 거센 갈등이 벌어졌다. 허쉬® 트러스트가 보유한 허쉬® 푸즈의 지배지분을 매각하려 하자 주민과 노동자, 지역 정치권이 강하게 반발했고, 법원까지 매각 절차에 제동을 걸었다. 결국 9월 17일 트러스트는 매각 절차를 중단했다. 당시 윌리엄 리글리 주니어(Wm. Wrigley Jr)는 125억 달러, 네슬레®·캐드베리® 연합은 105억 달러 규모의 제안을 냈지만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창업자의 유산에서 출발한 ‘허쉬®’ 브랜드
허쉬®의 역사는 단순한 초콜릿 기업의 역사가 아니다. 창업자 밀턴 허쉬는 자신의 재산과 허쉬® 초콜릿 지배지분을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밀턴 허쉬® 학교의 재원으로 연결했다. 1918년 이후 학교 신탁의 주요 자산은 허쉬® 초콜릿 지배지분이었으며, 2002년 당시 허쉬® 트러스트는 허쉬® 푸즈 의결권의 약 77%를 통제하고 있었다. 트러스트는 자산의 상당 부분이 한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이유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했다.
기업 매각이 ‘마을의 매각’으로 받아들여진 이유
허쉬®는 공장 하나가 있는 일반적인 기업도시와 달랐다. 기업과 지역사회, 일자리와 관광, 학교와 상업시설이 오랜 기간 하나의 생태계를 형성해 왔다. 때문에 주민들에게 매각은 단순한 주주 변경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와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주민들은 서명운동과 집회, 거리 시위, 주택가의 ‘Save Hershey®’ 표지 등을 통해 매각 반대 목소리를 확산시켰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지역사회는 약 7,000개의 일자리를 지키는 문제를 비롯해 허쉬®라는 기업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이 제동을 걸면서 매각은 새로운 국면으로
펜실베이니아주 법무장관 마이크 피셔는 매각이 지역사회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며 법원에 개입을 요청했다. 2002년 9월 4일 다우핀 카운티 오펀스 코트는 트러스트가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허쉬® 푸즈 지배지분을 처분하는 계약이나 양해를 체결하지 못하도록 가처분을 내렸다.
허쉬® 트러스트는 이에 불복했지만 펜실베이니아 커먼웰스 법원은 9월 18일 하급심의 가처분을 유지했다. 법원은 매각이 실행될 경우 되돌릴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가처분을 유지할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
125억 달러보다 강했던 ‘브랜드 자산’
매각 과정에서 Wrigley는 125억 달러 규모의 현금·주식 인수안을 제시했고, 네슬레®와 캐드베리®는 공동으로 약 105억 달러의 제안을 냈다. Wrigley 측 제안에는 허쉬® 지역 공장을 유지하고 지역 일자리를 보호하겠다는 조건도 포함됐다. 그러나 트러스트 이사회는 결국 두 제안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9월 17일 밤, 트러스트 이사회는 10대 7로 매각 절차를 종료하기로 결정했다. 트러스트 측은 지역사회 반발만을 이유로 들기보다는 제안 가격과 자산 다각화, 지역사회 보호 조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 사건을 단순히 ‘주민들이 125억 달러짜리 매각을 막았다’고 표현하기보다는, 지역사회의 강한 반발과 법적·정치적 압력이 매각 의사결정에 중요한 환경을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브랜드노믹스® 관점에서 본 허쉬®의 가치
허쉬® 사례가 브랜드노믹스® 관점에서 중요한 이유는 브랜드의 경제적 가치가 기업의 매출이나 자산가치만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허쉬®라는 브랜드는 초콜릿 제품의 이름인 동시에 지역의 역사, 고용, 관광, 교육, 생활문화와 연결돼 있었다. 기업의 브랜드가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삶과 결합하면서 하나의 사회적·문화적 자산으로 확장된 것이다.
이를 브랜드노믹스®의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가 창출하는 가치는 크게 세 층위로 볼 수 있다.
첫째, 기업 브랜드 가치다.
허쉬®는 오랜 역사와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초콜릿 브랜드로 성장했다.
둘째, 지역경제 브랜드 가치다.
공장과 고용뿐 아니라 관광, 호텔, 놀이시설, 상권 등 다양한 산업이 ‘허쉬®’라는 이름을 중심으로 연결됐다.
셋째, 공동체 브랜드 가치다.
주민들에게 허쉬®는 제품을 구매하는 브랜드가 아니라 자신들의 삶과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결국 허쉬® 사례는 브랜드가 강해질수록 기업 내부의 자산을 넘어 소비자·직원·지역사회가 함께 공유하는 무형자산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허쉬® 사례에서 주목할 브랜드노믹스® 효과는 ‘브랜드 → 신뢰 → 공동체 결속 → 경제적 가치 보호’라는 선순환 구조다.
기업이 오랜 기간 축적한 브랜드 신뢰는 제품 구매를 넘어 지역사회의 참여와 행동을 이끌 수 있다. 특히 지역과 기업이 하나의 브랜드 생태계를 형성하면 기업의 매각이나 이전 같은 경영 의사결정이 지역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기업 브랜드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매출·이익·시장점유율·기업가치뿐 아니라 고용, 관광, 지역상권, 교육, 문화, 역사 등 주변 산업과 공동체에 미치는 파급효과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쉬®의 2002년 사건은 바로 이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25억 달러의 인수 제안보다 중요한 것은 허쉬라는 이름에 축적된 수십 년의 신뢰와 지역공동체의 가치였다.
브랜드노믹스®의 관점에서 브랜드는 단순히 상품을 더 많이 팔기 위한 이름이 아니다. 잘 구축된 브랜드는 새로운 수익을 만들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온 기존의 경제적 가치를 지키는 자산이 될 수 있다.
한편 글로벌 제과 대기업 더 허쉬® 컴퍼니(The Hershey® Company)는 미국 본사를 중심으로 전 세계 80여 개국 이상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으며, 캐나다, 멕시코, 브라질 등 주요 국가에 현지 법인 및 생산 제휴 형태의 라이선스를 운영해 추가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공식 지사인 씨에스에이치 푸드 한국지점(허쉬® 코리아)을 중심으로, 식음료 및 비식품 카테고리별로 국내 유수의 기업들(매일유업, 서주푸드, 미성패밀리, 롯데웰푸드, 농신 등)과 독점 라이선스 및 기술제휴 계약을 맺고 제품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그리고 허쉬®의 한국 및 일본 지역 마스터 라이선싱 매니지먼트사인 에스츄어리 브랜드(Estuary Brands)를 통해 허쉬®의 클래식한 패키지와 로고 IP를 활용해 식품을 넘어 패션·화장품·디지털 콘텐츠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로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국내외 다양한 서브 라이선시 기업을 모집·운영하며 허쉬®의 라이선싱 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참고자료: 워싱턴포스트(Washington Post), 파인드로(Findlaw), 가디언(Gadian), 저스티아로(Justia La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