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필독서 137…’밀(密)’, IMF 때 벌어진 금융 범죄 스릴러

- 혼돈과 탐욕, 권력과 자본의 공생을 정직하게 응시하다

2026-08-24     신동호 기자

IMF로 “나라가 무너지던 그해, 그들은 금고를 채웠다.”

조용래의 첫 장편소설 “밀(密)”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신성시해 온 ‘의리’라는 단어 뒤에 감춰진 탐욕과 권력, 부정한 거래의 실체를 정면으로 파헤친 작품이다. 소설은 한 개인의 범죄나 타락을 단순히 도덕적으로 단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정치와 자본, 권력과 인간이 서로 얽혀 빠져나오기 어려운 거대한 늪을 그린다.

‘나라를 위한 일’이라는 명분 아래 권력은 자본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자본은 권력과 결합하며, 그 과정에서 수많은 개인이 거대한 시스템의 도구가 된다. “밀(密)”은 특정 시대의 이야기를 넘어 오늘날에도 반복되는 권력과 자본의 공생 구조를 날카롭게 비추며, 혼돈과 탐욕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편하지만 반드시 마주해야 할 질문을 던진다.

“밀(密)”은 ‘의리’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자기합리화와 부정한 거래의 실체를 벗겨내고, 권력과 자본이 만들어낸 거대한 늪 속에서 인간의 탐욕과 생존 본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그린다. 지배자의 이름은 바뀌어도 권력과 자본의 공생 질서는 반복된다는 냉혹한 현실을 담아낸 이 작품은, 우리가 외면해 온 시대의 가장 어두운 바닥을 정직하게 비추는 한국 정치경제 스릴러다.

봉지욱

“의리로 하는 일이니, 죄는 아닐지도 몰라.”

조용래의 장편소설 “밀(密)”은 바로 이 한 문장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친구와 조직, 관계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가치로 여겨졌던 ‘의리’가 어느 순간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가면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소설은 집요하게 추적한다.

책은 19가지 주제로 되어 있다.

1. 도피 2.싹 3. 금고 4. 붕괴 5. 잿더미 6. 공작 7. 총알 8. 밀항 9. 추적 10. 사냥 11. 동냥 12. 적선 13. 함정 14. 증발 15. 최후 16. 서명 17. 깃털 18. 접선 19. 매듭이다.

조용래는 권력의 민낯과 자본의 생리, 그리고 그 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간의 본능을 정직하게 응시한다. 그래서 “밀(密)”은 독자에게 편안한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외면해 온 질문을 다시 꺼내 든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의리’라는 이름으로 용서해 왔는가. 그리고 그 거대한 늪에서 정말 자유로운 사람은 누구인가.

혼돈과 탐욕의 시대, 조용래의 “밀(密)”은 권력과 자본, 명분과 욕망이 얽혀 만들어낸 시대의 비밀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하는 작품이다. 한국 정치경제 스릴러의 지평에 묵직한 흔적을 남긴 이 책은, 우리가 외면해 온 거대한 늪의 가장 어두운 바닥을 비추는 브랜드타임즈 ‘국민 필독서’로 손색이 없다.

저자 조용래는 1990년대 후반, 20대 시절 홍콩을 자주 오갔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겪은 일이 《밀》의 모티프가 되었다. 홍콩의 증권사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하던 2015년 연말, 40대의 작가는 침사추이의 낡은 아파트에서 20대의 기억을 불러내 《밀》의 초고를 썼다. 이후 박근혜·윤석열, 두 차례의 탄핵과 변함없이 비열한 권력·자본을 직시하며 《밀》을 완성했다. 《밀》은 한 시대의 풍경을 픽션으로 옮긴 그의 첫 장편소설이다. 한 재벌가의 흥망을 통해 1990년대 후반 한국 사회의 탐욕과 그늘을 담아낸다. 현재 서울민예총 이사이자 서사·창작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