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디자인과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 ②

- 브랜드는 소비자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정되어야

2021-04-03     원혜정 기자

디자인 어원은 라틴어 데시그나레(Designare)로 알려져 있다. ‘생각이나 계획을 기호나 형태로 나타낸다’는 뜻이다.

때문에 디자인은 단순히 형태적인 면만 중요시 되어서는 안 된다. 디자인으로 표현하고 싶은 ‘의미’를 형태적으로 제대로 표현해야 한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의미만 중요시 되고 형태가 무시 되어서도 안 된다. 의미를 형태적으로 최적화 시켜 표현해야 한다.

올 초 기아가 새로운 CI를 발표 하면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가독성 이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광고 등을 통한 엄청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 현재 시점에서 가독성 문제가 해결 되었는지 조사했다.

보이지

CI와 BI의 브랜드 디자인 마크는 3가지다. 심볼마크, 콤비네이션마크, 워드마크다. 이 중에서 워드마크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워드마크는 심볼마크와 다르게 글자가 마크이며 곧 로고타입이다. 그래서 심볼마크의 형태적인 역할과 심볼마크에 조합으로 사용되는 로고타입 역할도 동시에 해야 한다. 즉, 형태적으로 차별화 되면서 어떤 브랜드 네임인지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워드마크 디자인을 할 때 무조건 창의적 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되면 원치 않게 오류를 범하게 된다. 그러면 워드마크가 자져야 하는 기본인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고 형태적인 표현에 집착하게 된다. 그 결과 디자인은 독특하고 멋진 것 같은데 어떤 브랜드 네임인지 읽을 수 없게 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럼에도 디자이너가 이러한 현상을 알아채지 못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있다. 이유는 디자이너는 디자인 하는 브랜드가 어떤 글자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고, 디자인 작업을 하면 할수록 인지의 강도는 점점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 4학년 학생들에게 기아의 새로운 CI 워드마크를 보여주고 읽을 수 있는 대로 적게 했다.

조사에는 총 49명이 참석해 47명이 답을 했고 2명은 답을 하지 않았다.

조사 결과는 47명이 보이는 대로 52개의 단어를 적었다. 그런데 37%는 기아 또는 KIA로 읽지 못했다. 63%만 기아(KIA)로 읽었다. CI를 발표 시 우려했던 현상이 아직도 계속 되고 있다.

기아

읽는 형태는 KIA외에는 ‘KN’, ‘KIN’, ‘즐’로 읽었다. 홍길동을 홍길동으로 부르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새로운 CI는 ‘균형, 상승, 리듬’을 표현 했다고 한다. 그냥 한 눈에 보기에도 대칭으로 ‘균형’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러다 보니 다른 글자로 읽히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 들였다고 판단된다.

앞으로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면 KIA로 인식하는 비율은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한 눈에 브랜드를 읽을 수 있는’ 워드마크의 가장 큰 장점을 살릴 수 없어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기아

브랜드 디자인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 현상의 결과물은 3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효율성을 떨어뜨린다. 브랜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인지도도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두 번째는 경제적 손실이다. 글자를 정확하게 인지시키기 위해 더 많은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소요된다. 세 번째는 사회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전문가에 대한 신뢰다. 이는 나뿐만 아니라 디자인 업계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