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호랑이네,,,축구 국가대표팀 새로운 엠블럼

- 브랜드 정체성 디자인은 브랜드가 전달하고 싶은 의미(기의)를 시각적(기표)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원하는 이미지를 전달하지 못하는 디자인은 실패한 디자인이다.

2020-02-06     신동호 기자

어제(5일) 대한축구협회(KFA: Korea Football Association)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을 상징하는 새로운 엠블럼을 발표 했다. 엠블럼이 발표되자마자 포털사이트 기사 댓글과 SNS에서 난리가 났다. 긍정보다 부정적 반응이 절대적으로 많다.

국민은 왜 새로운 엠블럼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일까? 문제의 핵심은 구구절절 글로 설명한 엠블럼의 심오한 핵심가치(두려움 없는 전진: Moving Forward)와 이미지(카리스마, 진취성)가 디자인으로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사자로 보이는 엠블럼을 호랑이로 받아들여야 하는 형태적 문제다. 호랑이는 호랑이 다워야 한다. 사자와 달라야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사자로 보인다고 한다. 이건 근본적으로 표현이 잘못된 것이다.

두 번째는 호랑이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연상되지 않는데 있다. 엠블럼이 호랑이로 보이지 않아 호랑이가 상징하는 용맹, 강함, 제왕 등 이미지가 나타나지 않는다.

세 번째는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에 대한 오해다. 브랜드는 친숙해 지려고 만드는 것이 아니다. 브랜드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표현(기표)해 의미(기의)를 전달하는데 있다. 새로운 엠블럼은 대한축구협회만의 고유한 정체성 보다는 유사한 디자인이 연상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호랑이

브랜드는 때로 새로운 브랜드 정체성에 대한 디자인이 필요하다. 다만 어떻게 하는가가 문제다.

아래의 디자인은 손흥민 선수가 뛰고 있는 영국 프리미미어리그의 엠블럼 변경 사례다. 전신 사자 모습(좌측)에서 머리형태(우측)로 단순화 시켰지만 사자다. 호랑이나 타이곤이 아니다.

영국

다음은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이다. 변경 전과 변경한 엠블럼에서 호랑이에 대한 관련성(렐러번스: Relevance)이 프리미어리그 사례 보다 많이 떨어진다. 전통 계승과 이어짐 보다 완전 새로운 것에 더 가깝다.

대한축구협회의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의 모티브가 된 백호, 새로운 엠블럼, 암사자에 대한 비교 그림이다. 백호와 암사자의 혼혈 라이거에 더 가깝다는 국민의 댓글이 틀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백호,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은 대한축구협회 보다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을 더 상징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국가대표 축구선수만이 가슴에 부착할 수 있는 마크다. 야구, 농구, 배구 국가대표 선수가 붙일 수 없다. 그럼에도 디자인에서 축구와 관련된 요소를 너무 많이 담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호랑이가 호랑이가 되지 못하고 사자나 라이거가 되어 버렸다.

축구 운동장을 상징한다는 4각형은 농구 경기장도 4각형이다. 배구코트도 4각형이다. 테니스코트도 4각형이다. 4각형은 형태적으로 가장 안정감이 있지만 또한 가장 딱딱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축구경기장에서 눈코 뜰새 없이 펼쳐지는 역동성을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는 형태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발표한 새로운 엠블럼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 요소보다 부정적 요소가 더 많다.

새로운 엠블럼 이미지 조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답변은 “돈이 아깝다”는 답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