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임을 보면 브랜드가 추구하는 정체성(Identity)를 알 수 있다. 소비자 지향적인지, 브랜드 경영자 개인의 취향인지 의미에서 알 수 있다.
0914®는 아시아 최초 글로벌 명품 핸드백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서 제조업자개발생산(ODM)으로 디자인과 소재개발을 시작한 시몬느®의 자체 브랜드다.
대부분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 네임이 영문인 것과는 완전히 다르게 숫자로만 된 네임으로 정체성이 뭔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시몬느®는 명품 핸드백 제조업자개발생산(ODM) 1위 기업이다. 브랜드 회사가 디자인한 것을 생산해주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과뿐만 아니라 제품 디자인에서 소재 개발, 설계, 생산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30여 년간 버버리, 코치,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토리버치, DKNY 등 20여개의 브랜드에 생산·공급하고 있다. 미국 시장 30%, 세계시장 10%를 점유하고 있다.
0914®는 명품 브랜드를 지향한다. 시몬느®가 주요 거래처인 글로벌 명품 핸드백 브랜드 수준으로 육성하기 위해 2011년 출시한 브랜드다.
하지만 브랜드 네임이 숫자로만 되어 있어 핸드백과 관련된 연상이 떠오르지 않는다. 브랜드를 접하는 사람마다 숫자와 관련된 다양한 연상을 할 수 밖에 없다.
브랜드 네임의 뜻은 시몬느® 회장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헤어졌던 현재의 부인을 다시 만난 09월 14일’이라고 한다.
브랜드 정체성(Identity) 디자인은 “소가죽에 고유번호를 찍어 표시하던 'Brand'의 어원(Brandr=Burn)에서 착안하여, 패셔니스타로서의 스타일을 각인하는 0914®의 컨셉을 시각화”한 것이다.
브랜드 0914®는 시몬느® 회장 개인에게는 이보다 더 의미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 남의 기념일이 부착된 브랜드를 굳이 들고 다녀야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고 핸드백과 어떠한 연관성도 없다.
국내 패션 브랜드 중 숫자와 글자가 결합 된 브랜드(Alphanumeric)가 사랑을 받은 적이 있다. 에프앤씨코오롱에서 1999년에 출시해 2000년대 초반까지 인기를 끌었던 1492 miles®다.
언뜻 보면 패션과 무슨 관련이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뜻을 알면 어느 정도 고개가 끄덕여 진다.
1492 miles®는 아웃도어 웨어이자 캐주얼 웨어다. 뜻은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1492년애 Miles라는 거리개념의 뜻을 붙여서, 신대륙 발견처럼 젊음을 향해 달린다는 뜻”이다.
브랜드 네임은 브랜드 정체성(Identity)의 핵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자에게 인식하고 싶은 바람직한 연상(의미, 이미지)을 설정하고 브랜드 정체성(Identity)과 연관성이 있는 이름으로 결정 되어야 한다. 개인적 취향으로 결정되면 안 된다.
특히, 후발주자 브랜드일 경우에는 더욱 더 소비자 지향적인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선도 브랜드도 그렇게 했는데 나도 그렇게 하면 어때 하는 생각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